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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권기식 협회장] |
코로나19 방역 국제연대의 중심이 돼야 할 미.중의 갈등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어 전대미문의 전 인류적 재앙에 직면한 국제사회는 ‘컨트롤타워’ 없는 방역전쟁을 치르고 있다. 그리고 그 피해는 힘없고 돈없는 세계 각국의 시민들이 고스란히 입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중국의 어떤 미친 사람(wacko)이 방금 수십만명을 죽인 바이러스에 대해 중국을 제외한 모든 이들을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며 중국을 강도높게 비난했다.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같은날 워싱턴 국무부청사에서 열린 언론브리핑을 통해 중국을 ‘악랄한 독재정권’으로 규정하고 홍콩 및 대만 문제와 관련한 고강도 비판을 쏟아냈다.
같은날 두 사람이 중국에 대한 비난공세를 퍼부은 것은 다분히 선거전략적 측면이 강한 것으로 분석되며, 특히 중국이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를 진행 중인 와중에 외교적 금도를 넘어선 공격에 나선 것은 트럼프의 재선전략에 빨간불이 켜졌음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영국의 경제분석기관인 ‘옥스포드 이코노믹스’는 미국 대선 예측보고서에서 트럼프가 올해 대선에서 전국 득표율 35%에 그쳐 ‘역사적 패배’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 기관은 실업율, 가처분소득, 인플레이션 등 경제지표만을 이용해 미 대선을 예측해 왔으며 지난 1948년 이후 치러진 18번의 대선 중 16번을 맞췄다.
지난해 이 기관은 트럼프가 전국 득표율 55%로 승리한다고 예측했었다. 6개월 사이 승리 예측이 뒤바뀐 것은, 코로나19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무능한 대처와 이로 인한 경제 악화가 재선 전망을 어둡게 하는 핵심 변수임이 드러난 것이다.
이 기관의 분석이 경제지표만을 근거로 했기 때문에 국내정치와 외교적 변수를 감안한다면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는 주장을 타 기관들이 하기도 한다. 하지만 트럼프의 재선 가도에 심각한 난관이 생겼다는 것은 대다수 분석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20세기 이후 미 대선에서 재선에 실패한 대통령은 지미 카터(1980년)와 조지 부시 시니어(1991년) 등 2명 뿐인데, 두 사람의 재선 실패는 모두 경제불황이 핵심요인이었다. 최근 120년 동안 경제 불황이 미국 대통령 재선 캠페인에서 당락을 좌우한 핵심 변수이었다.
미중 무역갈등을 불사하면서 내수를 일으킨 트럼프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에 휘청거리면서 재선 캠페인이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 진영은 이 상황을 돌파하는 선거 전략으로 ‘중국 때리기’에 나섰다. ‘외부의 적을 만들어 내부의 적을 잡는다’는 이른바 ‘이이제이(以夷制夷)’라는 동양식 군사전략의 고전적 수법을 그대로 쓰고 있는 것이다.
미중간 극한 갈등은 코로나19에 대한 국제적인 방역연대를 가로 막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미 미중의 각축장으로 변했고 이런 와중에 전 세계 코로나19 사망자수는 32만명을 넘어섰다. 환자수도 500만명을 넘어서 그야말로 미증유의 인류적 재앙이 닥친 것이다.
미중 갈등은 한반도 문제에 대한 한국의 외교적 운신폭을 크게 좁히고 있다. 경제적으로도 두 나라 사이에 끼어 많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따라서 한국의 외교안보 당국은 미중 갈등을 모니터하고 분석하는 전담조직을 운영해 국익에 최대한 부합하는 외교전략을 짜야할 것이다.
미중 갈등은 단기적으로 오는 11월 미국 대선까지 계속 증폭되겠지만, 대선 이후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갈등구조의 고착화 현상을 막기는 어려울 것이다. 미중 갈등의 본질이 세계 패권에 대한 헤게모니 싸움의 성격으로 전환됐기 때문이다.
미중 갈등에 전략적 대응으로 국제질서의 변화를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