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권(分權)이란 한자로는 나눌 분(分), 권세 권(權)으로 권한을 나눈다는 뜻이며, ‘지방분권’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권한과 책임을 합리적으로 배분함으로써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기능이 서로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우리 대한민국의 실질적 지방자치 역사는 불과 30년의 짧은 역사이다. 우리 대한민국은 1991년 지방의회가 먼저 실시되고, 1995년에 단체장과 지방의원의 동시선거가 실시되어 주민직선에 의한 지방자치가 복원되었다. 그럼에도 우리 대한민국의 국가균형발전 초석이 되는 ‘지역분권’의 현실과 위상은 어떠한지? 이제 중간평가를 받을 시점에 이르렀다고 할 수 있다.
행정수요가 다양한 현대사회에 국가주도형 운영방식은 주민의 특수하고 개별적인 행정수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오히려 지방의 다양성과 자율적・창의적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 국민소득 3만불 시대, 더 큰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서는 지방분권을 통해 지역의 경쟁력을 키워나가고, 시민 생활과 밀접한 안전과 환경, 복지 문제는 지방정부가 담당할 수 있도록 하여 시민들에게 신속하고 질 높은 서비스의 제공이 필요하다.
그러나 갈수록 커지는 지방재정 불균형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재정 불균형 해소는 여전히 격차를 줄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과 수도권 등 일부 지역 외에는 중앙정부에 손을 벌리지 않고서는 지방정부 살림을 이어갈 수 없는 형편이다.
2018년 10월 정부가 발표한 ‘재정분권 추진 방안’을 보면, 재정자립도가 30% 미만인 지방정부는 수도권 69곳 가운데 27.5%(19곳)에 불과했지만, 비수도권은 전체 174곳 가운데 72.4%(126곳)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행정안전부의 자료를 봐도, 전국 평균 재정자립도는 2017년 53.7%에서 2018년 53.4%, 2019년 51.4%로 해마다 감소 추세다. 재정자립도가 낮아진다는 것은 지방세 등 세입 비중이 줄어 정부에 대한 재원 의존도가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방분권의 척도인 전국 평균 재정자주도(財政自主度)는 2003년 84.9%에서 2018년 75.3%로 15년 새 10%포인트 가까이 줄어들었다. 재정자주도는 지방정부의 일반회계 세입 중에서 자체 수입과 자주 재원을 합한 것을 지방정부 예산 규모로 나눈 값의 비율을 말한다.
● 대한민국 지방분권의 ‘위상과 현실’
자치분권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권한과 책임을 합리적으로 배분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기능이 서로 조화를 이루고, 지방자치단체의 정책결정과 집행과정에 주민의 직접적 참여를 확대하는 것을 의미한다. 단적으로 말해, 주민이 스스로 자신의 삶을 바꾸는 주민주권을 실현하는 것이 자치분권이다.
저출산·고령사회에 직면하면서 지방 인구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지방인구의 감소에도 국토면적의 11.8%에 불과한 수도권은 전체인구의 49.5%를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수도권과 지역의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지만 중앙 정부 중심의 공공서비스는 전국에 획일적인 기준과 지침에 따라 적용되고 있다. 지역여건에 맞는 맞춤형 치안·복지 서비스 제공이 어렵고, 주민의 다양하고 차별화된 요구에 충족하기도 쉽지 않다. 이에 청년실업, 수도권 집중, 성장동력 창출 등 국가·사회적 현안을 지방과 수도권이 힘을 모아 해결하기 위한 발전전략에 중지를 모아야 한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지방분권의 수준과 현실은 매우 열악하기 그지없다.
▼ ‘자치사무 분야’에서는 국가사무와 지방사무 비율은 7대 3 수준으로 국가사무가 압도적으로 많으며, 지방정부는 고유사무 외에도 중앙정부가 위임한 사무(기관위임사무, 단체위임사무)를 처리하고 있다.
▼ ‘자치재정 분야’에서는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이 8대 2 수준으로 지방세 비율이 매우 낮은 반면, 세출비중은 4대 6 수준으로 지방의 지출비용이 훨씬 많고, 중앙정부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다.
▼ ‘자치입법 분야’에서는 지방정부는 조례를 제정할 수 있으나 ‘법령의 범위 안에서’만 조례제정권을 허용, 지역실정에 부합하는 개별적, 창의적 조례를 만들 수 없다.
▼ ‘자치조직 분야’에서는 지방정부는 지방의 행정기구와 지방공무원을 둘 수 있지만, 행정기구의 설치와 지방공무원 정원 등은 대통령령(지방자치단체의 행정기구와 정원기준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야 하므로 자율권이 없다.
▼ ‘주민자치 분야’에서는 주민발의제(조례제정・개정・폐지 청구제), 주민투표제, 주민감사청구제, 주민소송제, 주민소환제, 주민참여예산제 등의 제도들이 시행되고 있으나 요건이 까다로워 운영 실적이 저조하다.
● 2004년 1월 ‘지방분권특별법’ 최초 발효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지방분권에 관한 책무를 명확히 하고 지방분권의 기본원칙·추진과제·추진체계 등을 규정함으로써 지방을 발전시키고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제정된 ‘지방분권특별법’은 법률 제7060호로 2004년 1월 16일 최초 발효되었다.
이로부터 한참 지난 2017년 문재인 정부는 혁신적인 지방분권을 추진했다. 대표적인 것이 ‘지방분권형 개헌’이다. 문 대통령 취임 첫해인 2017년 10월 ‘자치분권 5년 로드맵(안)’을 발표하고, 이 내용을 담은 개헌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헌법 제1조 3항에 “대한민국은 지방분권국가를 지향한다.”고 선언적으로 명시하며, 대통령과 시·도지사 사이 ‘제2국무회의’ 성격의 ‘국가자치분권회의’를 신설하는 내용이 담겼다. 자치입법권과 지방정부 사무 범위를 확대하는 등의 내용도 포함됐다. 개헌안은 2018년 5월 국회 본회의에서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야당의 불참으로 재적 의원 288명 가운데 114명만 참석해 의결정족수 미달로 개헌안은 자동폐기(투표불성립)됐다.
지방분권형 개헌안이 좌초와 맞물려, 2018년 5월 21일 ‘지방분권 및 지방행정체제개편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이 정식 발효되었다. 법률안은 그간 역대정부가 국가와 자치단체 간 권한과 책임의 배분이라는 ‘지방분권’에 집중하였던 것과 달리, 자치단체의 정책결정 및 집행과정에서 주민의 실질적인 참여와 권한 강화에 중점을 두었다. ‘지방자치발전위원회’의 명칭도 ‘자치분권위원회’로 변경했다.
지방분권과 관련한 마지막 입법으로, 2020년 1월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지방이양일괄법’이 참여정부 시절인 2004년부터 추진돼 16년 만에 결실을 보게 되었다. 지방자치단체 권한 확대를 골자로 한 일명 ‘지방이양일괄법’은 중앙의 행정권한과 사무 등을 포괄적으로 지자체에 넘겨주기 위해 관련 법률을 모아 한 번에 개정하는 법률이다. 이번 개정으로 16개 중앙부처 소관 46개 법률의 사무 400개가 지방으로 일괄 이양된다. 시행일은 2021년 1월 1일이다.
지방정부와 지역주민에게 그 지역의 문제를 스스로 책임지고 해결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부여하는 것이 지방자치의 근간이며, 지역 간 창의적 혁신경쟁의 필수요소이다. 과부화된 중앙정부의 권한과 재정을 지방정부와 재배분하여, 중앙정부는 전국적 과제를 담당하고, 지방정부는 지역적 과제를 담당하는 지방분권국가를 실현해야 한다. 지방분권형 헌법 개정은 21세기 한국사회가 제4차 산업혁명의 파고를 넘어 선진국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도 필수적 과제이다.
자치분권은 새로운 국가발전 전략이자 성장 동력이다. 자치분권의 선명한 청사진은 주민과 함께하는 정부, 다양성이 꽃피는 지역, 새로움이 넘치는 사회에 초점 맞추어진다. 이에 자치분권 6대 추진전략인 ▽ 주민주권 구현 ▽ 중앙권한의 획기적 지방이양 ▽ 재정분권의 강력한 추진 ▽ 중앙-지방 및 자치단체간의 협력 강화 ▽ 자치단체의 자율성과 책임성 확대 ▽ 지방행정체제 개편과 지방선거제도 개선에 한층 박차를 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