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통시장 매출 급감 요인
골목상권을 잠식하는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의 등장으로 전통시장(재래시장)은 시민들의 발길이 점점 줄어, 지역의 소상인들의 생계마저 위협하는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어제 오늘일이 아니어서 그 격차를 조금이라도 줄이거나 늦추는 것 외에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것이 우리의 씁쓸한 현실이다.
특히, 맞벌이 부부의 증가에 따른 쇼핑 형태의 변화와 야간에도 영업이 가능해진 대형마트가 입점하면서 소비자들은 대형 할인점에 대한 매력과 호감이 상승할 수밖에 없고, 상대적으로 서비스가 떨어지고 상품의 교환, 반품 등 합리적인 구매 형태가 어려운 전통시장을 멀리하거나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사정이 이러하니 전국 전통시장 수는 2006년 1,610곳에서 2017년 1,450곳으로 줄었다. 11년간 160곳의 전통시장이 사라진 것이다. 시장경영진흥원의 조사에 따르면, 대조적으로 전국의 대형마트는 2005년 265곳에서 2010년 442곳으로 늘어났다. 동 기관의 ‘2011년 전통시장대책’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형 슈퍼마켓(SSM) 숫자는 4배 가까이, 매출은 2배 이상 늘었다.
산업연구원 설문조사에서도 소비자들의 63.4%는 생필품·식재료의 주된 구입경로로 대형유통업체를 꼽았다. 반면 전통시장을 구입경로로 꼽은 소비자는 10.6%에 그쳤다. 이 같은 경향은 대도시보다 지방중소도시에서 더 심했다. 수도권과 5대 광역시에서 전통시장을 생필품·식재료 구입처로 꼽은 비율은 11.6%였지만 그 외의 지역에서는 8.6% 수준이었다. 정부가 전통시장 살리기를 위해 2007년 이후 매년 2,000억원 안팎의 혈세가 투입되고 있지만 여전히 전통시장은 죽어가고 있다.
● ‘전통시장 고전’ 매우 복합적 원인
전통시장이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전통시장이 세련된 공간에서 다양한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대형마트와 컴퓨터, 모바일로 제품을 편하게 살 수 있는 온라인 쇼핑에 자리를 내어주면서 한층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 재래시장에서 파는 물건들은 물론 온갖 품목들을 저렴하게 더욱 쉽게 구할 수 있는 인터넷 몰들과 외국 직거래 사이트, 구매대행 등에 확산에 재래시장의 경쟁력은 더욱 떨어지고 있다.
그리고 소비자들이 전통시장에 등을 돌린 또 다른 공통적 요인으로는 주차공간, 매장 공간배치, 친절함, 청결함 등이 대형마트에 비해 불편하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유독 재래시장은 일단 차를 몰고 가도 보통 재래시장의 위치상 근처에 적당한 주차공간을 찾기 힘든 경우가 많으며, 근처의 유료 주차장을 사용해야 할 확률이 높다. 그리고 일단 구입한 물건은 자기 손으로 계속 들고 다녀야하기 때문에 한번 크고 무거운 물건을 구매했다 하면 느긋하게 다른 걸 쇼핑할 여유가 없어진다는 점도 전통시장 상권 몰락에 한몫 거들었다.
더욱이 전통시장은 내부적으로는 전근대적인 유통활동, 영세성, 비효율적인 경영, 조직화 및 협업화 부족, 시설 낙후성 등의 탓으로 그 경쟁력을 계속하여 상실해 가고 있다.
과거 우리의 전통시장은 상품매매를 하는 영업장소로서의 차원을 넘어 일정한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 대다수가 공동으로 이용하는 공공시설의 성격이 강했다. 특히 주거지 인근에 위치하여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판매시설로써 그 효용성이 크게 인정되어 왔었다. 그러나 이제는 전통시장의 현격한 위축으로 지역주민들의 불편이 증가하고 장거리 쇼핑에 따른 사회적 비용의 증가를 초래하게 되는 바, 이런 차원에서 전통시장 활성화는 더욱 필요하다.
● 전통시장 연계 ‘도시재생 사업’
전통시장의 활성화는 우선 지역 경제적 측면에서 대단히 중요하다. 교통수단 발달에 따른 소비자의 이동성 증가로, 소비자들은 타 지역에 본사를 두고 있는 원거리 대형유통시설을 이용함으로써 소득의 역외유출이 확대되면서 지역경제의 기반이 약해지고, 지방 자치단체의 세수기반 또한 취약해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는 전통시장위주의 지역 유통구조를 지녔던 지방 중소도시에 더욱 심각한 영향을 주고 있다. 이는 해당지역 전체의 경제기반 강화를 위해서라도 재래시장을 반드시 활성화 시켜야 한다.
그리고 전통시장은 도시 중심지에 있는 경우가 많은데, 노후한 전통시장은 그대로 방치하고 주변지역을 개발해 신도심으로 만드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런 경우 전통시장의 침체와 더불어 그 지역의 슬럼화를 촉진시켜 전통시장이 가진 지역주민 간 커뮤니티센터로서의 기능을 상실하게 되었다. 전통시장은 단순히 물건을 팔고 사는 곳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시장 내에 쉼터 등을 운영하여 서로간의 대화를 나누며 정보교환을 할 수 있도록 하여 문화의 공간으로도 자리매김 할 수 있도록 힘쓸 필요성을 한층 절감하는 시대이다. 이에 응당 구도심 도시재생사업 관점에서 시장상인과 지역주민이 벽을 허물고 시장과 주거지가 상생하는 지역중심지로의 재탄생에 주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 틈새전략 ‘그래도 희망은 있다’
정부는 지난 2002년 “중소기업의 구조개선과 재래시장 활성화를 위한 특별조치법” 제정을 시작으로 현재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을 통해 전통시장의 시설과 상인의 경영측면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전통시장은 경쟁력이 취약하여 경영악화를 야기할 수밖에 없는 사회적 구조를 가지고 있어 전통시장의 합리적 개선방안이 요구되고 있다.
단순히 지역경제 살리자고 당장 전통시장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전통시장과 대형할인점, 백화점 등과의 관계를 적대적인 경쟁관계로 보아서는 전통시장이 이들과 대항하여 경쟁하는 것은 매우 힘겨운 싸움이 될 것이다. 전통시장은 나름대로의 장점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상호 존중하면서 각자의 전문분야를 특화시켜 선점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 더욱이 지역의 전통시장과 상가는 지역 특유의 문화와도 깊이 연관되어 있는 만큼 이를 고려하는 것도 중요하다.
유통환경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점포경영 선진화, 고객응대 및 유치전략, 서비스 관리 등 전통시장의 장점들을 방문 고객들을 총체적으로 제공하는 데에 한층 긴박감을 가져야 한다. 모여든 사람들에게 볼거리, 살거리, 먹거리, 즐길거리를 제공함으로써 다시 찾고 싶은 전통시장이 변모해야 한다.